• [시인 시향] 쉼터를 거닐다
  • 쉼터를 거닐다

        

             박가을

        

    약병에 쓰인 약속은

    제조 일자가 지나갔다.

    바이러스가 감염되었는지

    출입문까지 걸어 잠그고 말았다

        

    초인종을 달아 놓고

    손때묻은 인지를 알아볼까?

    화장지로 닦고 또 닦았다.

        

    약병에 쓰인 효능

    깨알 같아서 두툼한 안경을 쓰고

    더듬거리며 읽어간다

    몇 주가 지나갔고 아직도

    병뚜껑을 열어서 꾸역꾸역

    입안으로 털어 넣고 컥컥거리고 있다

        

    아직도

    얼얼한 잇몸

    좁디좁은 골목 너머

    쉼터가 있는 곳까지 투덜거리며 걷고 있다. 

  • 글쓴날 : [21-01-31 19:55]
    • admin 기자[webmaster@brainstorm.co.kr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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