• [시인 시향] 초라한 낙성식 - 조수현 시인
  • 돌로 담을 쌓고 소나무로 기둥, 석가래, 상량들보를 올렸다
  • 초라한 낙성식

         

    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조수현

        

    일곱 세대 작은 섬마을 가장 큰 방

    소성남도 대용교실 공부 방 학교 분실이다

    개교하여 이년이 지나니 주인이 쓴단다.    

    급해진 마을에서는 집 한 채 크기의 교실 한 동을 짓자고 한다.



    그 속에 스승의 자치 방도 끼어 있다    

    산에는 소나무들이 널려 있으니 바로 마을 울력으로 시작한다.

    교실 터는 마을 맞은 편 외 딴 섬 자락    

    돌로 담을 쌓고 소나무로 기둥, 석가래, 상량들보를 올렸다



    지붕에는 반죽된 흙을 깔고

    교육청에서 보내 준 슬레이트로 덮었다

    학교 비품은 중형 칠판 한 개,

    풍금 한 대, 이인일조 책상 다섯 조이다    

    연세 많은 어르신 축도하고 마을에서 밥과 술을 준비했다



    스승도 동네 닭 한 마리를 사서

    초라한 낙성식을 축하했다    

    신축교실, 열 명의 제자와 이사를 갔다



    새로운 흙냄새 새로운 소나무 송진 냄새

    공부방이 따로 있고 자취방이 따로 있으니

    스승의 마음은 넉넉하다    

    호젓한 밤, 밤 파도가 스승의 자취방을 흔든다.



    여느 때면 애인처럼 같이 놀자고

    “철썩철썩”부드럽게…    

    짠 냄새  바닷 바람에

    총총 별만 반짝이는 밤이 기운다.

  • 글쓴날 : [21-08-27 13:01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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