• [시인 시향] 바람의 편린 - 김송배 시인

  • 바람의 편린  


    김송배    


    나는 본래 바람이었다

    정처 없이 불어다니는 무숙자(無宿者)

    언제나 별빛 한 줄기에도

    흔들리며 눈물짓는 허수아비였지

    나는 사랑을 모르고

    그냥 내달리는 논펄에서

    어눌한 한 줄기 가난의 생명줄만

    겨우 영위하던 방랑자의 후예

    누구나 밝은 태양을 기원하지만

    후줄근한 몰골에서 풍기는 절망의 눈빛은

    지금도 하염없이 밀려다니는 바람

   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자화상은

    언제쯤 어디에서 안착(安着)할 수 있을까

    착목(着目)하는 사물마다 사람 냄새가

    물씬 내뿜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

    나는 아직도 어쩔 수 없는 바람이다

  • 글쓴날 : [22-07-19 08:56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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